개인적으로 영화를 시청할 때 머리가 아닌 눈으로 보는 편이다.

머리로 복잡하게 분석하면서 보는 게 아니라 그냥 눈으로 본 그대로의 사실만 보고 즐긴다는 의미이다.

영화는 즐기려고 보는 거라 감동과 여운을 안고 가고 싶을 뿐이지

굳이 꼭 분석해서 이해하고 싶지는 않다.

영화를 분석하는 관점에서 보시는 분들을 이해할 수 없지만 개인 취향이니 비판할 이유는 없다.

단지 나는 그런 관점이 싫을 뿐이다. 사실 분석하고 싶어도 그럴만한 능력이 없기도 하다.^^;

그래서 열린 결말이라고 하는 영화를 싫어하다 못해 저주한다. 여운도 감동도 심오한 것도 아닌

그저 무책임한 마무리에 불과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 본 리뷰에는 스토리와 결말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사전 공지합니다.)


곡성(哭聲) (THE WAILING, 2016)

개봉일 : 2016. 05. 12

감독 : 나홍진

배우 : 곽도원(종구), 황정민(일광), 쿠니무라 준(외지인), 천우희(무명), 김환희(효진)

장르 : 미스테리, 스릴러



영화 "곡성"은 제69회 칸 영화제 공식 섹션인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영화이다.

배우 곽도원에게는 첫 칸 입성의 기회를 열어준 의미가 깊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믿고 거르는 기자/평론가 평점도 8점이 넘는다.



"곡성 줄거리"


한마을에 외지인(쿠니무라 준)이 나타나면서 의문의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나

마을이 발칵 뒤집어지지만 경찰은 집단 야생 버섯에 의한 중독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모든 사건이 외지인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게 되고 경찰 종구(곽도원)는 마을에 살고 있는

여인 무명(천우희)이 현장을 목격했다는 증언을 듣고 나서 점점 확신을 가지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딸 효진(김환희)이 죽은 마을 사람들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자 다급해진 종구는 무속인 일광(황정민)을 불러들이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두 번 시청했는데 처음에는 너무 아무 생각을 안 하고 봐서 그랬는지

도무지 뭐가 뭔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분석이 아니라 그냥 "시작 - 중간 - 물음표" 상태라서 상당히 찝찝한 느낌


① 종구가 외지인 집을 습격했을 때 마을에서 죽은 사람들 사진이 걸려 있던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선한 관점으로 바라보면 악귀로부터 보호하려고 했다고 생각할 것이고 

반대로 악으로 보면 마을 사람들을 외지인이 죽도록 만들었다는 결과가 나온다.

범인인지 아닌지 50:50인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② 일광과 외지인이 굿을 하는 장면에서는 외지인이 효진을 공격하고

일광은 외지인을 공격하는 것처럼 묘사되는 장면인데 여기까지는

외지인이 악귀일 가능성을 70% 정도 생각했었다.


③ 무명(천우희)가 외지인을 쫓고 결국 외지인이 도로를 달리던 종구(곽도원)의

차에 치이는 장면을 보고 70%라고 생각했던 악마가 죽어버려서 순간 멍해졌다.

여기서 무명(천우희)이 악마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 80% 이상


④ 일광이 마을에서 무명(천우희)를 보고 피를 토하면 기겁하면서 도망가고 종구에게 외지인이

아닌 무명이 귀신이라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장면에서 그냥 스토리 상으로 보면 악마 무명이

일광을 죽이려는 상황으로 판단되면서 무명이 범인일 가능성 90%를 넘게 됐다.


⑤ 딸을 구하러 간 종구는 마을에서 일광이 악마로 지목한 무명과 마주하게 되고

무명은 외지인이 악마이고 일광은 한패라고 말해주고 악마를 잡을 덫을 준비했으니

집에 들어가지 말라고 말한다. 집에 가면 온 가족이 다 죽을 거라고

하지만 종구는 이미 일광이 무명이 악마라고 한 말 때문에 의심이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상태라

결국 집으로 들어가게 되고 무명이 말했던 대로 결국 다 죽게 된다.


⑥ 신부는 외지인을 찾아가 정체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외지인이 악마의 형상으로 변하고 신부는 죽게 된다.


⑦ 종구가 죽은 집에 일광(황정민)이 나타나 사진을 찍는 장면이 나온다. 악마랑 한 패인 거 인증!



마지막까지 보기 전까지는 아리송하지만 여기까지 보고 나면 의문점이 생길 게 딱히 없다.

결국 외지인이 악마였고 일광은 한패였다. 무명 캐릭터가 무당인지 마을에 수호신인지

정체를 파악할 장면은 없었지만 확실한 건 악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영화를 보고 온갖 추측이나 가설을 늘어놓는 이유는 외지인(쿠니무라 준)과 일광(황정민)이

한 번도 마주치는 장면이 없었기 때문에 한 패거리로 의심하기 어려웠다는 점

무명과 일광, 외지인의 대립 구도 또한 아리송하게 전개됐기 때문이다.

미스테리 장르답게 모든 걸 명확하게 정리하지는 않았지만

명백히 결론이 나온 영화로 곡성은 열린 결말이 아니다.



곡성 삭제된 장면을 보면 외지인(쿠니무라 준)이 동굴에서 내려오고 죽은 종구(곽도원)네 가족의

사진을 찍고 일광이 돌아오는 길에 외지인을 태우고 사라진다.

그리고 광경을 무명이 바라보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끝에 이 삭제된 마지막 장면이 포함되어 있었다면 열린 결말이라는 주장도 없었을 것이고

결말에 대한 별의 별 해석과 논쟁 따위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즐거운 분위기도 아니고 딱히 해피엔딩도 아니라서

재미없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재밌다고 말기도 그런 어중간한 여운을 남기는 영화였다.

배우들의 연기력과 분장, 효과, 음향적인 부분은 상당히 좋았다.

개인적으로 나중에 다시 보고 싶은 영화는 아닌 거 같다. 내용이 길어서 분석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냥 영화에서 실제로 나오고 본 사실을 주저리주저리 작성한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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